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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영적돌봄가 1호’ 지인스님을 만나다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2-05-25 11:05:34 조회수 : 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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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자체가 고달픈 이들에게 불교는 무엇을 해 줄까요?”

CPE, 영적돌봄 교육프로그램
심리 이해하고 적용하는 방법론
병원 교도소 군대…필요성 대두
기독교 법제화, 불교계 대비해야

“병원현장, 그들에겐 제2의 교회
공격적 선교에도 결국 개종행진
임상포교 실천불학 펼쳐야 할 때”
 
 
고양 기쁨정사 주지 지인스님은 15년간 매진해온 CPE교육을 회향하고 최근 CPE수퍼바이져 자격증을 취득했다. 4월25일 기쁨정사 경내에서 자격증을 선보이는 스님은 부끄럽다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청암사 강원 나와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한 2006년. 학업을 마치고 만행을 시작했다. 대구 정토마을에서 100일간 호스피스 봉사를 한 뒤 한센인들이 살고 있는 소록도로 향했다. 스님이 봉사하러 왔다고 하니 소록도 사람들은 시큰둥했다. ‘닷새나 있다 도망가겠지’ 하는 눈치였다. 그런 눈초리에 오히려 없던 집념이 생겼다. 한 달이 훌쩍 넘도록 소록도에서 환자들과 벗했다. 살아보니 문제는 종교적 이질감이었다. 환자들에 대한 거부감이 아니었다. 의사 간호사 할것없이 이곳 저곳 자원봉사자까지 모두 다 기독교인 천지였다.

말초신경이 끊어지는 한센병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팔 다리 손발이 끊어지고 몸통밖에 없는 어르신도 만났다. 그 중 한 거사가 있었다. 의사소통이 어려웠다. 날마다 휠체어를 끌어주며 산책을 하다보니 차츰 말소리도 들렸다. 거사는 소록도에 오기 전 불국사에서 출가한 비구 스님이었다. 한센병을 인지하고 승복을 벗은 채 제 발로 소록도를 찾아온 스님이다. 한때 출가자로 살았으니 소록도에 찾아온 비구니 스님이 얼마나 반가웠을까. 휠체어 거사는 매일같이 불교방송을 틀어 새벽예불을 모시고는 스님이 좋아한다는 자판기 커피 한 잔을 손수 뽑아 놓고 스님을 기다렸다. 어느날 아침, 거사는 스님에게 한 자 한 자 힘을 주어 이렇게 물었다.

“스-님, 업--이 무-엇-입-니-까?” 순간 당황했다. 출가수행자로 산 세월이 적지 않은데다 나름 강원 공부하고 대학에서 불교학을 전공했지만 속시원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론적이고 교학적인 언어들을 갖다 붙이면서 중구난방 이야기를 했다. 돌이켜보면 휠체어 거사는 업을 몰라서 설명해 달라는 게 아니었다. 자신이 이렇게 된 업이 도대체 무엇이냐 아픔을 호소하고 울음을 토해냈던 거다. “그날 이후로 나를 원망하고 불교를 원망했습니다. 저토록 아픈 한 사람도 위로하지 못하는 내가 출가자라 할 수 있겠는가. 우리 불교계는 끔찍한 병마와 홀로 싸우는 저 스님 한 분 온전히 돌볼 수 있는 여법한 의료시설도 없는가….”

소록도를 나온 스님은 망설임없이 다시 정토마을로 가서 걸망을 풀었다. 부처님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정토마을 호스피스 활동을 하면서 9년을 정진했다.

고양 기쁨정사 주지이자 7년간 불교방송 간판프로그램 ‘거룩한 만남’을 진행하는 비구니 지인스님. 스님은 소록도 인연을 계기로 ‘CPE(Clinical Pastoral Education)’라는 불교계 다소 생소한 영적돌봄 교육에 홀로 매진했다. CPE란 삶의 위기에 직면한 이들을 위해 ‘영적돌봄’을 하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프로그램.
 
 
 
 
“CPE를 통해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고 적용하는 방법론을 익히며 불학(佛學)적 이해와 수행적 경험 능력을 통찰하고 돌봄적 역량을 높여 보디사트바(보살의 단계)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미국에서는 100년의 역사가 있어서 미국 전역의 병원을 비롯해 교도소와 청소년시설, 여성돌봄센터, 군대나 학교에 모두 CPE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기독교를 통해 30년 전에 도입되었고 현재 30여명의 슈퍼바이저가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지인스님은 올 4월 15년 노력의 결실로 슈퍼바이저 자격을 취득했다. 불교계에는 첫 영적돌봄가다. “현대인들은 몸과 마음이 아픈 이들을 돌볼 종교인의 인력을 필요로 합니다. 병원을 비롯한 임상 현장에서 영적돌봄가 전문인력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됩니다. 기독교인 위주의 호스피스 관계자들이 CPE교육을 통해 ‘영적돌봄’의 전문성을 갖춘 이들에게 ‘호스피스 영적돌봄가’ 자격을 주고 호스피스 필수인력으로 법제화시키려는 구상입니다.”

지인스님이 자나깨나 CPE교육활동에 올인하면서 많은 스님들과 포교사, 교법사나 군법사들에게 입이 아프도록 홍보하는 이유다. 지난해 전국비구니회장 본각스님의 지지와 후원으로 전국비구니회 CPE센터를 개설했고 올 2학기부터 동국대 평생교육원에서 CPE교육과정이 포문을 연다. 가톨릭대학이나 서강대 등 타종교 종립대학에서는 실천신학의 과목으로 일찌감치 자리잡은 커리큘럼이다. “임상포교에 열악한 우리 불교가 CPE시대에 발맞춰 움직이기 위해서는 지식과 지혜를 겸비한 젊은 포교인력들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학교내 불교학과 스님들과 전법사 자격을 갖출만한 학생들이 CPE교육을 통해 영적돌봄가의 자격을 갖추고 실천불교 현장에 투입하도록 독려하고 인재를 양성해야 합니다.”

국민건강보험 일신병원 법당 지도법사 소임을 맡고 있는 지인스님은 “병원 현장은 기독교의 종교인들과 봉사자들이 병원을 제2의 교회로 삼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선교방식이 매우 공격적”이라며 “병실을 방문하다 보면 불자들에게마저 자신들의 종교를 선교하려고 과잉친절로 결국 개종을 할 수밖에 없는 여건을 치밀하게 만들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스님은 “가톨릭에서 사제가 되려면 전체 6년 중 2년은 신도들을 현장에서 만나는 실습과 같은 트레이닝 과정을 밟는다”며 “우리 스님들은 열심히 공부해서 구족계를 받아도 신도들을 제접할 때 부처님 가르침을 어떠한 방식으로 펼쳐내 이야기를 이끌어 갈지 헤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사찰에서 신도들에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지시하면 움직였습니다. 이제는 사람들이 달라졌습니다. 신도들의 아픈 곳을 잘 짚어서 어루만져주고 그들이 말하는 내면의 소리와 목마른 부분들을 잘 살피고 들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최근 한 도반이 불교가 점점 말라가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합니다. 힘없고 약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곳에 불교가 굳건하게 자리잡고 앉아 신뢰를 주고 버팀목이 돼줘야 하는데 말입니다.”
 
 
CPE교육 받으려면…
 
 
 
2008년 정토마을 마하보디CPE센터를, 2014년 한마음CPE센터를 개설했지만 자리잡지 못했다. 2020년 전국비구니회장 본각스님의 지원으로 병원포교의 토대인 CPE교육센터 개설안이 통과되어 이듬해 센터가 개원됐다. 올해 2학기에는 동국대 평생교육원에서 CPE교육을 실시하게 됐다. CPE교육은 16주(128시간)를 1개의 유니트로 설정했을 때 4개의 유니트를 이수해야 기본과정을 수료할 수 있다.

철저한 트레이닝 교육을 위주로 한 수업이어서 기본과정 이수만도 녹록치 않다. 특히 환자와 신도 등을 직접 만나는 케이스가 300시간 이상 충족해야 한다. 기본과정을 수료하면 자격심사 신청 후 수퍼바이져들의 면접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CPE수퍼바이져는 ‘영적돌봄가’를 교육하기 위해 전문 트레이닝을 거쳐 자격을 취득한 전문지도자다. CPE교육에 관한 문의는 조계종 교육원 승가결사체 ‘자비실천병원포교단’으로 연락하면 된다.
 
출처 : 불교신문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217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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