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건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마음에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어서 두려움이 없는 마음, 그렇게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감사와 배려, 겸손과 자비의 명상바람이 새 물결로 출렁출렁 물결치고 있다.
절에서, 도심에서, 대학에서 이러한 명상 붐이 봄바람 이상으로 세차게 불어가는 느낌이다. 이러한 명상 붐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각지고 사회 일원으로 살아가면서 이래저래 켜켜이 쌓인 마음의 언저리를 스스로 치유하는 방편으로 명상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팔만대장경에는 “부자의 겸손은 가난한 자의 벗이 된다.”라는 문장이 있다. 탈무드에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내려앉으시오’라는 말을 듣느니 보다는 ‘올라앉으시오’라는 말을 듣는 편이 낫다”라고 표현한다. 영국 속담에서는 “구부러지는 것이 부러지는 것보다 낫다”라고 일러준다.
이처럼 배려와 겸손, 감사와 자비를 마음자리에 고귀하게 보듬고 살아가려는 노력은 우리 사회와 저마다의 삶을 향유하는 모든 이에게 아름답고 고귀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날로 급변하는 첨단 산업자본주의가 세상의 모든 질서를 경쟁 지상주의로 덧칠하고 호령하며 일등주상주의를 외치는 지금, 명상을 통해 윤기나는 삶으로 바로 세우려는 국민운동은 사회적, 국가적으로도 천우신조인 셈이다.
이런 명상운동은 ‘너와 우리’라는 공동체문화를 위해 나를 먼저 돌아보고 내려놓자는 의미이다. 그렇게 배려와 포용으로 더 낮은 곳에 눈길을 주고 그곳을 자비로 안아주고 감싸자는 운동이다. 그렇게 나를 치유하고 수행하는 명상 붐은 나날이 사회 곳곳으로 새 물결로 일렁이고 저마다 어깨동무하면서 더 큰 물결로 세상의 바다로 물결쳐야 한다.
지금 조계사 등 전국 사찰에서는 다양하고 대중적인 명상프로그램 센터가 세워지고, 올해 9월 27일부터 10월 1일까지는 한국불교를 중심으로 ‘국제 선명상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이미 범국민적인 명상 프로그램 운영을 강조한 바 있다.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4일간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2024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는 행사장 입구부터 명상하는 젊은이들로 모여들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실내 무대 중 특히 명상관에서는 스님들이 일반인과 함께 1:1 명상 상담과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명상법 등을 소개했다.
이 명상관에서 만난 굴암사 마가스님은 “알아차림과 멈춤의 자비명상을 통해 몸과 말과 행위를 조화롭고 아름답게 닦아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서 명상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마가스님은 지난 3월 하버드대학교에서 ‘자신을 사랑할 때 세상의 평화가 온다’라는 주제로 명상강연을 펼쳐 현지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불교박람회 명상관에서 만난 범준스님은 조약돌을 이용해 일반인들에게 명상체험하는 요령을 흥미롭게 소개했다. 혜오스님은 일반 참가자들과 어울려 삼배하는 방법과 일상에서 나를 다스리고 행복 만들기가 가능한 명상 기도법을 안내하기도 했다.
이날 박람회장에는 특히 젊은 연인들과 대학생들이 많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는데, 동국대 융합교육원의 명상 수업 수강생들이 단체로 참가했다. 동국대 자비명상지도사 과정을 지도하는 홍유신 교수는 “명상은 복잡다단하고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스트레스, 우울, 불안 등 심리적 증상을 스스로 치유하고, 습관을 변화시켜 세상을 따뜻하게 보듬고 지혜롭게 살 수 있는 방편”이라고 말했다. 지석경, 백은경 교수 역시 “다른 사람들이 고통과 괴로움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그 마음이 바로 자비인데, 이런 자비명상은 현대사회에서 나를 지혜롭게 치유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게 하는 마음 치유법”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오늘도 나를 찾아 떠나는 명상은 꽃피고 새가 지저귀는 산사에서,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도심에서, 창조적 파괴를 꿈꾸는 4월 봄날 캠퍼스에서, 새롭고 푸르게 파도치고 있다.
글‧사진: 박상건(시인.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출처 : 데일리스포츠한국(https://www.dailysportshankook.co.kr)